[문종국] 좌충우돌 나의 등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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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나의 등산문화
산에만 다니고 싶었으나 생계 문제로 다른 직장을 잡아야 했다. 산에 가지 못하니 산을 더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등산문화의 이해를 통해 행위라는 알에서 깨어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의 첫걸음은 등산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위 개똥철학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다. 산과 문화에 관한 여러 책을 접하면서 산이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너무 광범위해 범위를 좁혀야 했다. 결국 ‘산’보다는 그 산을 오르는 행위인 ‘등 登’에 초점을 맞추니 안개 속에서 헤매던 시야가 환하게 트이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산과 등산을 구분 짓지 못해 방대한 산의 정보에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등산’과 함께 많이 사용하는 비슷한 말로 ‘산악’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 이름에 ‘악’으로 끝나는 산 이름은 찾을 수가 없다. 산악의 가장 합리적인 설명으로는 “일본이 ‘알파인’을 처음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산 이름에 많이 있는 ‘악(岳)’이라는 글자를 ‘산(山)’에 붙여 ‘산악’으로 했을 것”이라는 김진덕 루트파인더스 대표의 추론이다.
이 ‘등산’과 ‘산악’ 뒤에는 문화라는 단어가 꼭 따라붙는다. ‘문화’는 습득(학습)과 공유, 전달의 3대 특성이 있는데 바꿔 말하면 역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등산문화는 ‘산을 오르는 인간 행위의 기록’이며 행위가 없으면 기록도 없기에 언뜻 행위가 더 중요하게 보이지만 기록이 없으면 행위도 없다.
종합해 보면 등산은 산을 오르는 인간의 행위이고 산악은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악’은 우리 것이 아니니 우리나라의 전통 등산까지 담아내기에 산악은 용어 자체에서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산악문화’보다는 ‘등산문화’라는 용어 사용이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등산(알피니즘)은 도전과 모험의 지향적 이념만이 아닌 지극히 수준 높은 인간 문화의 향기가 있다. 이 향기는 일생을 산에 바쳐도 좋을 만큼 진하다. 필자는 늘 인생을 좀 더 보람차게 살고 싶었고 이제 등산을 기록하는 일에서 그 인생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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