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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평론

[남선우] 알피니즘을 다시 생각한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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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웹마스터 조회 473회 작성일 2022-08-08 15:04: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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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니즘을 다시 생각한다

제2대 한국등산연구소장에 취임한 2009년, 첫 사업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명동 로얄호텔 2층에는 예상보다 많은 250여 명의 산악인이 참석해 진지하게 세미나를 경청했다. '다시 알피니즘을 본다'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연 것도 파격적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산악인이 이 세미나에 관심을 가졌을까?
당시 한국산악계는 히말라야 고산 원정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 등반가들이 세계 고봉에서 펼친 활약상은 국내 미디어에 의해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수 없는 피침의 역사를 살아온 한국민에게 세계적 높이의 히말라야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광경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히말라야를 정복(?)한 산악인들은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인 영웅들로 소개되었다. 매스컴들이 앞다투어 동행 취재한 산악인들의 활약상은 항상 성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이를 후원한 아웃도어 기업들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과시적인 결과에 집착하여 등반의 본질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등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과정보다 등정 여부만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 등정에 집착하는 풍토를 비꼬아 등정주의란 말도 이때 많이 나왔다. 실제로 많은 산악인들이 앞다투어 하말라야 8천 미터 정상수집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국등산연구소가 '다시 알피니즘을 본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 것은 바로 이처럼 왜곡된 한국산악계의 풍토를 바로잡고 싶어서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2년 현재 한국의 알피니즘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작금의 한국 알피니즘이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2019년 ‘알피니즘’이 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전까지 알피니즘이란 용어는 때로는 숭고한 산악이념으로 떠받들어지다가, 때로는 출처가 불분명한 사대주의적 등반개념으로 치부되었다. 그런 점에서 알피니즘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정립되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알피니즘이 이제 사라져가는, 그래서 보존해야만 할 희소한 인류문화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해방 이후 모험등반을 추구하는 산악인들로부터 계승되고 알프스와 히말라야에 도전한 정통산악인들에 의해 전성기를 구가하던 한국의 알피니즘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2022년 한국산악계를 둘러보면 알프스의 고난도 벽이나 히말라야의 난봉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혹한의 설악 암릉을 종주하는 산악인들 또한 만나보기 어렵다. 
반면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장르의 오름 짓이 등반수요의 일정 부분을 흡수하고 경기스포츠로 규격화되어 확산일로에 있다. 겨울철에는 판대와 매바위의 인공빙장에 몰려든 등반가들이 수십 동이 늘어진 확보용 로프 속에서 인증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렇게 해서라도 등반가로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 보려는 오늘의 한국 산악인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한국산악계가 지난 100여 년간 행해온 전통적 등반과 그것으로 쌓아 올린 정신적, 물질적 소득은 산악문화란 이름으로 어떻게든 계승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국등산연구소가 발족 40주년을 맞았다. 새 부소장과 연구 동인들이 참여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등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15년 전 세미나에서 발표한 '알피니즘이란 무엇인가'란 주제가 아직 유효하다고 보기에 여기 다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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